[오피니언] 문화논단 김성조 중앙대 다빈치SW교육원 원장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1998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온라인 교육으로 인해 30년 후 지금 같은 대학 캠퍼스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등교육 전문가인 케빈 켈리도 2016년 자신의 저서 ‘대학의 종말(The End of College)’에서 대학의 미래를 예견한 바 있다. 이런 전망처럼 10∼20년 후 지금과 같은 모습의 대학이 존재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19세기에 출현한 고등교육 시스템이 20세기까지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으나 21세기에는 전혀 적절하지 않게 됐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라 산업과 기술은 빠른 주기로 변하고 있으나, 대학 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바뀌었지만 소품종 대량생산 위주의 산업화 시대에나 걸맞을 교육 패러다임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교육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이 어려운 만큼 미국 스탠퍼드대 등 세계 유명 대학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은 능동형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무크(MOOC)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 플랫폼 구축이 요구된다. 사실 무크 교육기관인 유다시티에서는 이미 인텔, 구글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 교육에 알맞은 커리큘럼 개설을 통해 나노 학위와 같은 증명서를 수여하고 있다. 이제 대학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수요자에게 특화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조직으로 변신해야 한다.
한국공학한림원이 지난해에 발간한 정책 총서 ‘기업가형 개방국가, 학습하는 혁신사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를 통해 창업된 기업이 각각 3만9900개와 3만2000개에 이른 데 비해, 카이스트(KAIST)와 서울대는 각각 1245개와 963개에 불과했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국내 대학도 세계 유수의 대학처럼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가치 창출형 대학’으로 바뀌어야 함을 보여준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2016년 작성한 보고서 ‘로봇 혁명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재 초등학생의 65%는 현존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되고, 현존하는 직업의 47%는 20년 내 소멸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일자리 생성과 소멸이 가속화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수명이 늘어나면서 일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므로 평생 직장과 직무가 여러 번 바뀔 수밖에 없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대학 졸업 후 60년 이상 사회·경제 활동이 가능하도록 대학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 변해야 한다.
이제 자동차는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SW)로 달린다고 디터 제체 다임러벤츠 회장이 설파했다. 2020년에 가면 미국도 SW 개발자가 100만 명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대학들도 산업 패러다임이 SW를 중심으로 급격히 바뀔 21세기 생존을 위해 전교생의 SW 과목 이수를 의무화함으로써 SW를 활용해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SW 역량을 기반으로 우리 대학은 수요자 맞춤형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벤처 창업 요람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국민이 4차 산업혁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초·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SW 교육을 제공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 출처기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90501033711000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