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중앙대 다빈치SW교육원 건물에서 열린 IOS(아이폰운영체제) 앱개발 수업. 수강생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비전공자다. 앱에 들어갈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성권 고려대 소트트웨어(SW)벤처융합전공 교수는 1일 하루 동안 벤처기업 네 곳을 방문했다. 네 곳 모두 이 교수가 가르친 제자들이 창업한 동문 벤처다. 이 교수는 “제자들의 고민을 풀어주려고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서울 문래동에 있는 ㈜뽀득 박노준 대표(30·체육교육과 4학년)는 2016년 SW벤처융합전공 과정에 들어와 지난해 대학에서 배운 SW기술을 바탕으로 식당용 식기 렌탈 서비스업체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9억여원을 지원받았다. 박 대표는 이 교수에게 “투자를 받아 회사를 더 키울 때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 교수 역시 창업 경험이 있는 데다 보안솔루션 회사 CEO(최고경영자)도 겸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SW를 배워 창업하려는 학생들이 서로 들어오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SW가 컴퓨터공학과 전공자나 배우는 것이라는 통념은 지금 한국 대학에선 깨졌다. 문과 전공자는 물론 대학1학년도 누구나 코딩(프로그래밍)을 한다. 재학 중 창업을 하고, SW를 배워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SW가 대학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5년 시작한 SW중심대학 지원사업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가 시행했던 대학 지원사업은 중단되지만 이 사업만은 그렇지 않다. SW중심대학이란 산업계가 요구하는 전문 인력뿐 아니라 타 전공지식과 SW 소양을 겸비한 융합인재를 키우기 위한 정부지원 사업이다. 2018년 현재 이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내 대학은 25개대. 이들 대학은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학제를 뜯어고쳐 SW단과대학을 만들거나 SW 비전공자에게도 교육을 시킨다. 지난해 SW중심대학 20곳이 가르친 인원은 8만 9000여 명. 올해 5개 대학이 추가되면서 SW 교육은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오후 중앙대 다빈치SW교육원 건물에서 열린 앱개발 수업에서 고경표(경영학과 2학년)씨는 스트레스 해소용 앱을 만들기 위해 동료 세 명과 함께 개발 작업을 했다. 방학 중인데도 앱개발 수업엔 20여 명이 수강 중이다. 고씨는 “수강생 대부분이 SW 비전공자”라며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SW교육에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SW중심대학 중 하나인 중앙대는 대학 입학 전 신입생 때부터 SW 교육을 시킨다. 3월 입학 전 예비신입생들에게 기초적인 것을 가르치고, 1학년 학생 모두는 기초교양으로 ‘컴퓨팅 사고와 문제해결’(2학점)을 수강해야 한다. 김남빈(22·영어교육과 3학년)씨는 교양 수업을 듣고 나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도전했다. 휴학절차나 연락처 등 학내 행정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앱(학생지원팀 챗봇)을 만들었다. 한 달 동안 1만 회 이상 학생들이 클릭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김씨는 “앱이 버그 없이 동작하는지 체크하기 위해 혼자 수천 번은 클릭한 것 같다”며 “이걸 바탕으로 영어 문법 교정 챗봇(질문에 답해주도록 채팅하는 로봇)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SW교육의 일반화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이 대학 신재영 SW교육지원팀장은 “학생들이 SW 교육을 받은 뒤 불편을 느끼는 문제를 만나면 이걸 코딩으로 해결하려는 습관이 몸에 붙은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SW 기술을 각각의 전공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공 연계 교육도 실시한다. 예를 들어 간호대학에선 SW헬스컨텐츠 개발 과목, 약학대학에선 SW를 활용한 신약개발 과목 등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덕분에 SW 융합전공자 인원은 2015년 대학 당 400여 명이었으나 2017년 1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SW 교육 인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교육의 내실화가 관건이 되고 있다. SW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5년 SW중심대학에 선정된 가천대는 16개 학과의 전공을 SW 전공과 융합했다. 소프트웨어 전공학생은 4년 동안 4만 줄(라인) 이상의 코딩을 해야 한다. 김원 가천대 SW중심대학 단장은 “보통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실습하는 코딩 라인이 2000~4000 라인인데 우리 학생은 이들의 20배를 한다. 그런 덕분에 기업이 채용하면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데이터베이스(DB)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에서 DB 회사를 창업했고, 삼성전자에서 SW 인력 양성 프로그램(SW아키텍트)를 만든 DB 분야 실력자다. SW교육은 높디높은 취업 장벽을 넘는데 기여하고 있다. 2016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고원석(27)씨는 삼성전자에 취업해 현재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 개발 그룹에서 SW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 C언어나 알고리즘 등 10개 과목을 이수했다. 고씨는 “학부 때 배운 IT 개론과 알고리즘 과목이 프로그래머로 진로를 잡는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SW 교육에서 알고리즘(어떠한 문제를 풀어가는 논리적 절차)이 중요한데 알고리즘을 설계하면서 머리 속에 있던 논리구조를 코딩을 통해 표현하는 훈련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 재학 중 국내외 SW회사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취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나온다. 가천대 소프웨어학과 재학생 4명이 지난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채용 연계형 여름 인턴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했다. 단국대 재학생 6명이 지난해 9월부터 한국IBM에서 인턴으로 있다가 취업했다. 대학들은 취업을 위해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해외 인턴십 경험도 쌓게 한다. 과기정통부는 SW중심대학 숫자를 올해 25개에서 2019년까지 30개로 지원 대학 숫자를 늘리기로 했다. 아직 이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 출처기사 : https://mnews.joins.com/article/22858898 |